서 론
건물 부문은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의 약 30~40%를 차지하며, 특히 도시 지역에서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Ürge-Vorsatz et al., 2012; IEA, 2023). 최근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도시 차원의 노력이 강화되면서, 도시 건물의 에너지 사용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도시 계획과 탈탄소 전략 수립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도시 건물 에너지 모델링(UBEM, Urban Building Energy Modeling)은 도시 단위의 건물 에너지 분석, 디지털 트윈 구현, 그리고 탄소 감축 정책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로 기대되고 있다(Reinhart and Cerezo Davila, 2016; Kim et al., 2021).
기존의 UBEM은 주로 EnergyPlus, CitySim 등 시뮬레이션 기반의 상향식(bottom-up) 접근을 사용한다(Nouvel et al., 2017; Chen et al., 2020). 이 방식은 건물의 형상, 외피 성능, 점유 패턴, HVAC 시스템 구성 등 세부 입력값이 필요하지만, 대규모 도시 단위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외형 정보는 GIS를 통해 비교적 용이하게 수집할 수 있으나, 단열 수준, 기밀 성능, 시스템 구성 및 효율 등과 같은 내부 물리적 특성은 대규모로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UBEM에서는 건물 용도와 건축 시기 등을 기준으로 표준 건물(archetype)을 정의하여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Cerezo et al., 2015; Hong et al., 2020). 그러나 이 방식은 실제 건물의 운영 행태와 성능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보정을 통해 정확도를 높일 수는 있으나 계산 비용이 상당히 클 수 있다(Li et al., 2017).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 사용량, 건축물 정보, 기상 데이터 등의 상관관계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기법이 주목받고 있다(Raftery et al., 2011; Kontokosta and Jain, 2015). 다만, 전통적 도일법(DD, Degree-Day)은 고정된 기준온도(예: 18.3°C)의 사용으로 냉방 및 난방 요구량을 추정할 수 있지만, 건물별 열적 특성과 운영 형태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해 실제 부하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Kissock et al., 2003). 변화 시점 모형 (CPM, Change-Point Model)은 회귀분석을 통해 계절적 운영 패턴을 식별하나, 냉방과 난방을 통합한 에너지 성능 표현이 어려우며, 열적 성능과 운영적 요소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Kissock et al., 2003). 그 외 기계학습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방법론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분 단위 혹은 시간 단위의 상세 계측 데이터를 활용하기에 AMI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혹은 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에는 적용이 어렵다. 그에 따라 현재까지 개별 건물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대규모 적용이 가능한 데이터 기반 프로파일링 기법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월별 에너지 사용량과 시간별 외기온도만을 이용하여 건물의 계절별 에너지 수요 특성을 도출할 수 있는 고유 도일(IDH, Intrinsic Degree Hour) 프레임워크를 제안한다. 본 프레임워크는 최적화 기법을 통해 건물별 난방 및 냉방 기준온도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분리 계측 없이도, 냉방 및 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분할할 수 있다. 본 제안 방법은 데이터 요구량이 낮으며, 단순 회귀 모델을 기반으로 구현되어 대규모 도시 단위 적용이 가능하다. 본 연구에서는 IDH 방법론을 11개 상업용 건물에 적용하며, 해당 건물의 세부 용도별 분리 계측 데이터를 통해 IDH 방법론을 검증한다.
Intrinsic Degree Hour (IDH)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IDH 방법론은 기존의 도일(DD, Degree Day) 및 도시(DH, Degree Hour)기반 기법을 확장 및 개선한 데이터 기반 분석 방법론으로, 각 건물의 고유한 운전 특성과 열적 특성을 반영하고자 난방 및 냉방 기준온도(base temperature)를 추정한다. 기존의 DD 및 DH 분석이 고정된 기준온도를 사용하거나(예: 18.3°C), 구간별 회귀(Change-Point) 형태로 난방과 냉방을 별도로 해석하는 것과 달리, IDH 기법은 난방과 냉방을 단위 회귀모형에서 동시에 통합 설명할 수 있도록 한다. IDH 기법의 기본 가정은 건물의 월별 에너지 사용량이 기준온도에서 외기온도가 벗어난 시간과 정도를 누적한 지표(IDH)의 선형결합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건물별 운전시간 동안의 시간 단위 온도 편차(외기온도와 기준온도 차이)를 활용하여, 기상변화와 에너지 사용량 간의 일대일 대응 관계를 형성하도록 기준온도를 최적화한다.
전통적 DD 및 DH 기법은 열 평형(heat balance) 개념에 기반하여, 건물의 난방 및 냉방 부하는 기준온도와 외기온도 간의 시간적 편차를 적분한 값에 비례한다고 본다. 연속시간 개념에서의 에너지 요구량에 대한 DH 수식은 식 (1)과 같다.
여기서, 는 에너지 요구량(kWh), 은 건물 전체 열 손실 계수(kW/K), 는 기준온도(°C), 는 외기온도(°C), 는 시간(h)이다. 실제 분석에서는 일 단위 혹은 시간 단위 기상자료를 기반으로 기준온도 이상(냉방) 또는 이하(난방)에서 벗어난 정도를 일 단위 혹은 시간 단위로 누적한 DD 혹은 DH 값으로 적분하여 근사한다.
IDH 방법은 DD 및 DH 기법을 참고하며, (1)난방 및 냉방 기준온도를 각각 추정하며, (2)9시부터 18시까지의 운영 시간을 대상으로 DH를 누적하며, (3)실제 에너지 사용량을 설명할 수 있도록 기저부하 에너지가 반영된 형태로 수식을 구성하였다. IDH 방법에서의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수식은 식 (2)와 같다.
여기서, 은 에너지 사용량(kWh), 는 종합 에너지 성능 계수(kW/K, 추정값), 는 고유 기준온도(°C, 추정값), 는 기저부하 에너지(kWh, 추정값)이다. 특히, DD 및 DH에서 이 외피 면적(, m2)과 열관류율(, W/m2K), 그리고 환기 및 침기 열손실(, h-1)과 공간 부피(, m3)을 고려한 지표()라면, 은 실제 에너지 사용 성능을 설명하는 성능계수로, 외피의 물리적 성능뿐만 아니라 HVAC 시스템의 운전 효율까지 반영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즉, DD 및 DH(식 (1))의 이 건물 외피 및 구조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 순수 물리적 열 성능 지표라면, 본 IDH(식 (2))의 은 동일 조건에서 건물의 실제 운전 및 시스템 효율까지 고려한 실효적 에너지 소비 성능 지표다. 식 (2)와 같은 조정은 IDH 기반의 회귀식이 실제 에너지 사용량을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외기온도와 기준온도의 차이를 표현하는 DH의 계산에 따라, 식 (2)는 식 (3)과 같이 월 단위의 선형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여기서, 은 월별 에너지 사용량(kWh), 은 월별 난방 DH의 합계(°C·h)로 운영시간 9시부터 18시를 고려하여 로 계산하며, 은 월별 냉방 DH의 합계(°C·h)로 과 유사하게 로 계산한다.
본 IDH 방법은 난방 및 냉방 기준온도를 모두 각각 최적화하는데, 이때 각 온도는 식 (3)에서 와 의 합과 의 관계를 가장 잘 선형화하는 값이다. 이렇게 기준온도가 결정되면, 월별 데이터(DH와 에너지 사용량)는 하나의 직선상에 밀집하며, 기울기 으로 건물의 기후 반응 특성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이 클수록 단위 DH당 에너지 사용량이 크다는 의미로, 종합 에너지 사용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 상대적으로 완만할수록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IDH는 난방과 냉방 각각에 대해 기준온도 조합을 변화시키면서, 월별 에너지 사용량과 해당 DH 의 관계를 설명하는 식 (3)의 회귀식에서 R2가 최대가 되는 지점을 탐색한다. R2는 선형모델이 데이터를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값을 최대화하는 것은 DH와 에너지 사용량 간의 관계가 가장 선형적으로 표현되는 기준온도를 찾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 통합 성능이 하나의 고유한 시그니처 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난방 수요가 연도를 걸쳐 나타나는 기후 특성을 고려하여, 분석 기간을 5월 1일부터 이듬해 4월 30일까지의 12개월 주기로 설정하였다. 이를 통해 난방 기간이 절반으로 분리되는 문제를 방지하고(예를 들어, 2024년 1월~2월, 2024년 11월~12월), 사용자 교체나 설비 변경이 빈번한 간절기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다.
Figure 1은 IDH 최적화의 예시로, 실제 에너지 사용량과 전통적 DH, 그리고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IDH 간의 관계를 비교한 결과 예시이다. 왼쪽은 기준온도를 18.3°C로 설정하였을 때의 DH와 에너지 사용량 관계로, R2가 0.73이며 선형의 관계가 적절히 형성되지 못함을 보인다. 반면 가운데의 그림은 기준온도가 최적화되어 계산된 IDH와 에너지 사용량의 관계로, R2가 0.93이며 선형의 선에 데이터 포인트가 밀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측의 그림은 월별 에너지 사용량(검정색)과 정규화된 DH(빨간색) 및 IDH(파란색)의 패턴을 비교한 것으로, 기준온도의 최적화를 진행한 결과, DH 대비 IDH가 실제 에너지 사용 패턴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종적으로, IDH 방법론을 통해 월별 에너지 사용량만으로 분리 계측 없이 냉방, 난방 그리고 기저부하 에너지를 정량적으로 분리하는 방법은 식 (4) 및 식 (5)와 같다. 기준온도 최적화를 통해 식 (2)의 , , 이 산출되고 가 결정되며, 이를 통해 월별 난방에너지 및 냉방에너지의 비율을 계산할 수 있으며, 이를 월별 에너지 사용량에 적용하여 계산할 수 있게 된다.
대상 건물 및 데이터
본 연구에서는 총 11개 상업용 건물(Table 1)을 대상으로 IDH 방법론을 검증하였다. Table 1은 각 건물의 개요를 보여주며, 본 연구에서는 해당 건물에서 1년 동안(2017년 5월 1일~2018년 04월 30일) 시간 단위로, 용도별(end-use) 분리 계측된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각 건물은 독립적인 분리 계측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KIAEBS S-7 계측 프로토콜(KIAEBS, 2016)에 따라 8개 용도(냉방, 난방, 급탕, 조명, 환기, 플러그, 수송, 보조 시스템)로 분리 계측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IDH 방법론의 냉방 및 난방 에너지의 분리 성능을 검증하고자, 냉방 및 난방 에너지 외 분리 계측된 사용량을 기저부하 에너지로 통합하여 비교하였다. 즉, 냉방과 난방만을 기후 민감형 부하로 처리하고, 기저부하는 외기 온도와 무관한 상수항으로 간주하였다. 즉, 건물별 월별 전체 에너지 사용량(8개 용도 합)에 IDH 방법론을 적용하여 냉방과 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분할하고, 이를 분리 계측된 월별 냉방과 난방 에너지 사용량과 비교하였다.
Table 1.
Overview of the 11 buildings
IDH 기반 냉방 및 난방 에너지 분리 결과
Figure 2와 Table 2는 IDH 기반 난방 및 냉방 에너지 사용량 추정치와 실제 분리 계측값을 비교한 결과를 보여주며, Figure 2에서 푸른색 영역은 기온 상승에 따라 냉방에너지가 발생하는 6월부터 9월을, 붉은색 영역은 기온 하강에 따라 난방에너지가 발생하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의 기간을 나타낸다. 추정 결과, Bldg.4, Bldg.6, Bldg.7, Bldg.8, 그리고 Bldg.10 에서는 실제 분리 계측한 데이터에 대해 냉방과 난방 모두 각각 매우 유사한 패턴 및 양적 수준을 보이는데, 이는 IDH 방법이 계절적 에너지 사용량의 추세와 양적 규모를 효과적으로 추정함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Bldg.6에 대해 실제 분리 계측과 IDH의 추정 결과를 비교하면, 연간 난방과 냉방 모두 각각 0.1 kWh/m2에 불과하다(난방: 8.1 kWh/m2 vs. 8.2 kWh/m2, 냉방 6.1 kWh/m2 vs. 6.0 kWh/m2). 이는 IDH가 월별 전체 에너지 사용량과 외기온도만을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세부 분리 계측 장비 없이도 냉방 및 난방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Bldg.2와 Bldg.5의 경우, 동절기(11월부터 2월)의 IDH 난방 에너지 추정치가 분리 계측치보다 과대 산정되는 경향을 보인다(Figure 2의 (b)). 다만, 전체 에너지의 증감 패턴을 고려했을 때, 세부 계측에서 난방으로 분류되지 않은 일부 에너지가 실질적으로 기후 민감형 에너지로 반응하여 소비되었을 수 있다. 즉, IDH 방법이 과대추정한 것이라기 보다는, 비난방 분류 에너지에서 기후 의존적으로 에너지가 사용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Bldg.3과 Bldg.9의 경우,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계절적 소비 패턴을 따르지 않는다. 그에 따라 외기온도와 기준온도 차이를 기준으로 작동하는 IDH 방법론의 냉난방 추정 결과가 분리 계측 결과와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IDH 방법론의 적용 대상에 한계가 있음을 보인다. 특히, Bldg.3의 경우(Figure 2의 (c)), 기저온도 최적화 지표인 R2가 0.33이고, IDH 기반 월별 에너지 사용량의 추정치와 실제의 오차는 MAE (Mean Absolute Error)가 1.51 kWh/m2이며 RMSE (Root Mean Square Error)는 2.18 kWh/m2로, 다른 건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차율이 높다(Table 2). 이는 해당 건물의 실제 에너지 사용 변화가 IDH 방법론으로 적정 기저온도를 탐색할 수 없는 패턴임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IDH 방법론은 월별 에너지 사용의 변화가 계절적 에너지 소비 패턴을 보이는 경우(기온이 낮을수록 난방 에너지 증가, 기온이 높을수록 냉방 에너지 증가)에는 효과적으로 적용됨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IDH 방법론의 적용 대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고양시 2만여 동의 월별 건물 에너지 데이터를 대상으로 기후 민감형과 비민감형으로 라벨링을 수행하고, 이를 학습한 Bayesian Neural Network 기반 분류 모델을 개발 중이다. 본 모델은 데이터 패턴을 인식하여 사전에 IDH 방법론의 적용 가능 여부를 자동 판별하고, 적용 가능한 건물군에 대해서는 대규모 도시 단위의 광역적 분석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Table 2.
IDH Heating and Cooling estimation results
결 론
본 연구에서는 월별 에너지 사용량과 외기온도 데이터만으로 건물의 냉난방 통합 성능을 추정하는 IDH (Intrinsic Degree Hour) 방법론을 제안하였다. 본 방법론은 회귀모형을 통해 최적 기준온도를 도출하고, 총 에너지 사용량에서 난방 및 냉방 에너지 사용량을 분리함으로써, 세부 물리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건물 냉난방 성능을 진단할 수 있다.
본 IDH 방법론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11개 건물에서 분리계측된 난방 및 냉방 에너지 사용량과 비교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계절적 에너지 사용 패턴을 보이는 경우 IDH 기반 냉방 및 난방 에너지 분리 결과가 실제 분리 계측 값과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본 연구의 방법론은 분석의 시간 및 비용의 효율성 확보가 가능하여, 개별 건물뿐만 아니라 도시 규모의 건물군에도 확장 적용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이나 상세 건물 정보 없이도 건축물 혹은 건물 집단의 냉방 및 난방 소비 특성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연구에서는 본 IDH 방법론의 적용 범위 및 대상 한계를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대규모 도시 건물군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하여 통계적, 공간적 비교 분석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